이번에는 영화 추천을 해보려고한다
블로그로 이것 저것 다 해보는 것 같다 뭐.. 잘 쓴다는건 좋은거지
암튼 시작!

내가 블로그로 처음 추천하는 영화는
<라스트 홀리데이>라는 영화이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보자면 늘 안전한 선택을 추구하고 편안하지만 소극적인 삶을 사는 주인공 조지아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여태까지 자기가 살아왔던 방식과 180도 다르게 살아가는 내용이다.
극중에서 조지아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따라하는 것이 취미지만 절대로 자기가 만든 음식을 먹지 않고 옆집 소년에게 나눠주며 자신은 냉동식품을 먹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대쉬를 해볼까하다가 거절 당하는 것이 무서워 멀리서 지켜만 본다. 조지아는 possibility(가능성)라는 노트 안에 자신이 만든 음식 사진, 자신이 가고 싶었던 곳들 사진,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사진까지 꼼꼼하게 모아놓고 도전 대신 그 노트를 보면서 행복한 상상을 한다.
'편안하지만 소극적인 삶'
나는 솔직히 이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유독 할리우드 영화는 재밌고 흥분되는, 매일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는 스릴있는 삶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그렇게 살아가야만 한다고 강요 할 때가 있다. 라스트 홀리데이도 어쩌면 그런 영화이다. 그래서 라스트 홀리데이를 처음 보는 30분 동안은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물론 인생은 재밌게 살아가는게 좋지.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매일 도전하고 성취하겠어? 조지아처럼 살아가는게 뭐가 나빠? 모순적이지만, 이런 나역시도 조지아처럼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안정보단 도전을 편안한 보다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내가 싫어하는 할리우드 영화같은 사람이었다. 오히려 조지아와 같은 삶을 혐오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까지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가는 일 또한 없었다. 내 삶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누구한테나 벅차고 나한테만 야박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힘든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사연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나보다 힘든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남이 걸린 죽을 병보다 내가 걸린 감기가 더 아픈건 사실이니까.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다.
어린 나에게 뭐가 되고싶냐고 물어본다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답을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다른 이유로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초라해서. 어리다면 어린 내가 가지고 있기엔 너무 작은 꿈이라 그걸 들은 사람이 실망할까봐. 근데 어쩌겠어 지금의 나한테는 그게 작은 꿈이 아닌데 죽을만큼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데 그럴 바엔 적당히 노력해서 적당한 사람이 되는게 좋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누가 그랬다. 너 그거 패배자 마인드라고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는 화도 안 났다. 오히려 웃음이 났다. 괜히 올인했다가 잘 안 되면 누가 책임져주나? 실패는 데미지가 크다. 노력한 만큼의 두 배가 되어 돌아온다. 그 데미지는 오로지 나의 몫이고 내가 감당해야한다. 실패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을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부럽다. 나는 단단하지 못해서 실패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뭐 그 사람들이 대단해서 실패를 박차고 일어나냐 이러면 할 말은 없다. 근데 나는 못한다고 나는 어렵다고.
재미있고 스릴넘치는 삶을 지향하는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저건 말 그대로 영화니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영화같은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이런 나의 생각을 바꾼 영화가 바로 <라스트 홀리데이>이다.
"난 화장을 해줘. 평생을 상자에서 살았는데 또 상자에 묻히긴 싫어."
"불쌍한 순무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죠. 트러플이나 표고버섯은 날 때부터 편한 운명을 타고났죠. 하지만 순무가 사랑받는 건 스스로 성공한 야채기 때문이죠. 다른 야채를 요리하면 맛이 떨어질 뿐이에요. 하지만 순무는 맛이 깊어지죠 따라서 시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끝맺음이 중요한 겁니다."
위에 대사는 조지아가 동생에게 자신의 장례식을 부탁하며 쓴 편지의 내용 중 일부분이고 아래에 대사는 조지아가 동경하던 셰프 디디에가 조지아에게 건내는 위로이다.
이 영화는 명대사다! 할 대사는 없지만 진득하게 마음에 붙어서 안 떨어지는 대사들이 많다. 특히 위에 두 대사는 인생의 끝을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지금 아둥바둥 치열하게 산다는건 좀 더 편하게 죽기 위해서 아닐까? 편하게 죽는다는건, 경제적인 측면으로는 노후가 가난하지 않다는 뜻일테고, 사회적인 측면으로는 내 장례식장이 텅텅 비지 않는다는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일차원적으로 생각해보면 후회없이 죽는다는게 진짜 편하게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라스트 홀리데이가 저 대사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롤모델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싶다' 보다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겠다'하는 사람으로 삼아야 된다는 말이있다. 나는 간사하게도 주인공 조지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를 시작하고 30분동안은 안정만을 추구하는 조지아의 삶이 잘못됐다는 연출을 보여준다. 나는 앞서 말했듯 이 부분에서 반감이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시한부 선고를 받고 소위말해 조지아가 막 나가기 시작했을때부터 나는 통쾌함이나 대리만족 보다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왜 죽을 때가 돼서야 저런 후회를 하지?" 저 사람이 막 나가기 시작한 것에 대한 동기는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서도 아니고 자신의 삶에 질려서도 아니다. 그냥 자신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으니까 막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중반까지는 이런 생각이들어 비관적으로 영화를 바라보았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후 내 생각은 달라졌다.
동기는 중요한게 아니다. 동기가 어떻든 그 동기로 인하여 조지아는 새로운 도전을 하였고 결과적으로 조지아에게 좋은 영향을 가져다주었다. 그거면 된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새로운 무언가 도전을 할 때 그 도전의 동기는 '그냥'도 될 수 있고 '아무 이유 없이'도 될 수 있다.
"제가 당선 되어야만 청소년 센터도 지을 수 있어요. 매슈 크레이건 같은 사람의 지원이 필요한 게 현실입니다."
"글쎄요 죄송하지만 전 진짜 현실적인 문제만 생각하고 있어요."
나도 '그냥' 하고싶은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일들은 내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그만두게 되었다. 내 열정이 어디까지였는지, 죽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였는지는 모르겠다. 그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었다면 나는 이러이러 했을 거라는 찌질한 추측 또한 하고싶지 않다.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 노력했고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 일들은 과거로 남기고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 나 역시 조지아처럼 실패가 두려워서 내 마음속 possibility 노트 안에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모아놓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전은 무섭고 결과는 좋았으면 좋겠으니 진짜 도전 대신 실패가 불가능한 상상 속 도전으로 내 욕구를 해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나는 너무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가볍게 생각해왔을수도 있다. 내가 실패한 도전들이 너무 아팠어서 그리고 새로 시작할 도전들이 너무 무서워서 마음속으로만 도전을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도 조지아처럼 진짜 도전을 하게 될 때가 온 것 같다.
라스트 홀리데이는 내 생각을 뒤바꿔준 영화는 아니다. 나는 아직 죽을 날이 정해지지 않았어서 그런지 간절함이 피어나거나 그러진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더 속는 셈치고 해볼까?"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왠지 실패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준다. 내 열정을 불태워준 영화는 아니지만 꺼져버린 내 열정에 불씨 한 톨을 던져준 영화이다.
라스트 홀리데이가 말하고 있는 최고의 가치는 현재를 살자는 것이다. 늘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미뤄온 조지아처럼 살지말고 지금 당장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오늘 최선을 다 하자는 것이다. 내일 죽는다 해도 후회스럽지 않게. 오늘이 나의 <라스트 홀리데이>일수도 있으니까.

넌 정말 운이 좋았어 원하는 걸 모두 가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다음엔 다르게 살자 좀 더 웃고, 좀 더 사랑하는 거야 세상을 넓게 보고... 겁내지 말자 새해 복 많이 받아 네가 자랑스러워
+ 이런 진지한 글을 써본게 첨이라 어색하다ㅋㅋ
영화 감상문 쓰다가 이렇게 딥해질줄 몰랐어 맨날 혼자 메모장에 글 쓰다가 이렇게 공개하는게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다 근데 글 쓰면서 너무 재밌었다 앞으로 자주 써봐야지
오글거렸다면 미안해 친구들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쓸 거야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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